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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 해석

취준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서글픈 수미상관 구조의 노래, 혁오 <위잉위잉> 가사 해석

by 뭉게구름`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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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 위잉위잉 가사 해석

안녕하세요

뭔가 몸은 바쁘지 않은데 마음만 바쁜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일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마인드 컨트롤이 좀 힘드네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금 저의 감정과 잘 어울리는 곡을 해석해보려 합니다.

바로 밴드 혁오의 <위잉위잉>이라는 노래입니다.


혁오 <위잉위잉> 가사 해석

 

혁오 <위잉위잉> (출처: HYUKOH 유튜브)

이 노래는 2014년에 발매한 밴드 혁오의 데뷔 EP 앨범 [20]의 타이틀곡입니다.

작사, 작곡은 혁오 밴드의 보컬인 오혁이라고 하네요.

 

혁오는 상당히 개성 있고 독특한 색깔을 가진 밴드죠.

독특한 매력 덕분에 거의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얻었고 2015년에는 무한도전 가요제에도 나왔습니다.

정형돈과의 멋진 케미를 보여주며 혁오라는 밴드를 전국에 알렸죠.

 

혁오는 오늘 해석할 <위잉위잉> 말고도 <와리가리>, <Tomboy> 등 특유의 멜로디 라인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를 담은 곡들이 있는데요.

다른 곡들도 앞으로 종종 해석할 생각입니다.

 

혁오의 데뷔 앨범 [20]은 폭풍같은 10대를 마치고 20대에 진입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앨범 소개에서는 '설익은 청춘'이라고 표현)을 담은 앨범이라고 합니다.

타이틀곡인 <위잉위잉>도 10대가 끝날 때 느낀 허무함염세적 기분이 배경이 되는 곡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학생의 신분이 끝나고 취업 준비를 하는 지금 저에게 딱 맞는 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관점에서 가사를 해석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오늘도 의미 없는 또 하루가 흘러가죠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 일이 전혀 없죠"

 

요즘 나름 뭔가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루가 끝날 즈음이 되면 '오늘은 뭐했지..' 싶은 날이 많습니다.

시간이 참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요.

화자의 하루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다리처럼요.

 

남들의 사랑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사랑, 연애는 나랑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살아서 그런지 완전 남의 일로 느껴지는 거죠.

흔히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는 말을 하며 지내다 보니 두근거릴 일이 전혀 없습니다.

 

화자는 지금 스스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연애도 포기한 상태입니다.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벌써 제목의 뜻이 나왔네요.

제목 <위잉위잉>하루살이가 내는 소리를 뜻합니다.

하루만 살아서 하루살이라고 불리는 곤충마저도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간다'고 표현한 것을 보니 화자의 자존감은 매우 낮아져 있는 상태로 보이네요.

화자는 '하루살이도 저렇게 날아가는데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라고 생각중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화자는 잘만 돌아가는 세상을 보며 하루살이처럼 본인을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이 부분에서 재밌는 표현은 '위잉위잉''비잉비잉'으로 라임을 맞춘 것과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꿈틀댄다'라고 표현한 것인데요.

이 노래에는 이렇게 의성어, 의태어를 활용한 가사들이 많습니다.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듣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 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보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 거야"

 

노래의 후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람마다 조금 해석이 다를 수도 있는 가사인데요.

 

일단 영어 부분은 한 문장이지만 상반되는 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Tell me'와 'Please don't tell', 말해달라는 건지 말하지 말아달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 부분이 화자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갈등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요즘 자주 느끼는 감정인데요.

취업 준비를 위해서는 정말 많은 정보를 찾아봐야 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그리고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자꾸 숨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자신조차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하기 싫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화자도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요?

'말해줘, 아니 말해 주지 마.. 아니 말해줘! 아니 말해 주지 마..'

이렇게 말하면서요.

 

그리고 차라리 듣지도, 보지도 못한 편이 내게 좋을 거라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동시에 자신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듣는 것과 보는 것에 대한 목적어는 아마 앞에서 나왔던 '하루살이', '세상'을 말하는 것 같아요.

각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현실'을 말이죠.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별다른 가사 없이 '아이'라는 말로 채워진 부분입니다.

앞의 가사와 연결해서 생각하면 마치 듣기 싫은 말을 들었을 때의 눈과 귀를 막는 우리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네요.

'아아이 듣기 싫다..'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화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회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 북적대는 출근길의 지하철엔
좀처럼 카드 찍고 타볼 일이 전혀 없죠
집에서 뒹굴뒹굴 할 일없어 빈둥대는
내 모습 너무 초라해서 정말 죄송하죠"

 

지하철이 직장인들에게는 지옥철이지만 취준생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끔 나갈 일이 있어서 아침에 나가게 되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정말 부러워 보이더라고요.

물론 그 분들은 출근하기 정말 싫겠지만요..

 

그리고 사실 제일 힘든 건 나의 초라한 모습입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거 정말 행복합니다.

하지만 하릴없이 뒹굴거리는 건 정말 고통스러워요.

매일이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하루입니다.

 

화자는 출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할일 없이 빈둥대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1절과 같은 가사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루살이마저도 나를 비웃듯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날아갑니다.

그리고 화자는 집에서 꿈틀대지만 세상은 계속 돌아가면 꿈틀대고 있네요.

 

 

"쌔앵 쌔앵 칼바람도
상처 난 내 마음을 어쩌지는 못할 거야
뚜욱 뚜욱 떨어지는
눈물이 언젠가는 이 세상을 덮을 거야"

 

화자의 감정이 고조되는 브릿지 부분입니다.

'쌔앵쌔앵''뚜욱뚜욱'이라는 의성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비유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칼바람에 대한 해석이 조금 애매하긴 한데, 제 생각에 '칼바람''눈물'고난슬픔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화자는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고 싶으면서도 슬퍼하는 상황인 거죠.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듣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 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보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 거야"

 

1절과 같은 후렴을 반복합니다.

다만 바로 앞 가사에서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 나왔기 때문에 좀 더 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자는 차라리 듣거나 보지 못한 편이 나을 거라며 피하고 있네요.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느껴보지 못한 편이 좋을 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살아보지 못한 편이 좋을 거야"

 

'차라리 ~하지 못한 편이 좋을 거야'라는 내용의 후렴을 한 번 더 반복합니다만, 가사가 조금 다릅니다.

원래 후렴은 듣거나 보는 행동에 대한 얘기였다면 이 부분은 느끼거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네요.

브릿지 부분부터 감정이 고조되어 극에 달하는 부분입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말걸'이라고 말하는 듯한 곡의 분위기..(후략)

앨범 및 노래 소개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 노래는 매우 염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화자는 감정이 극대화되어 차라리 태어나지 말 걸 그랬다며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네요.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오늘도 의미 없는 또 하루가 흘러가죠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 일이 전혀 없죠"

 

감정이 극에 달해 '왜 사는가'에 대한 내용까지 다다른 화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여전히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고 사랑은 남의 일이라며 관심이 없네요.

 

이 부분에서 가사뿐만 아니라 노래의 흐름도 처음의 그 가라앉은 분위기로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허무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이죠.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제가 해석했던 대부분의 노래는 초반에 부정적인 내용으로 시작되어 끝에는 긍정적인 내용으로 끝나는데요.

이 노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처음의 내용을 반복합니다.

일종의 수미상관 구조네요. 다만 조금은 서글픈..

노래는 그렇게 끝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밴드 혁오의 <위잉위잉>이라는 노래 가사를 해석해 보았는데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부러움 그리고 자신의 처량함수미상관 구조로 표현한 노래였습니다.

저는 '서글픈 수미상관 구조'라는 해석을 붙이고 싶네요.

 

해석하다 보니 어째 일기를 써놓은 것처럼 지금 저의 감정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아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