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가사가 좋은 곡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해석할 노래는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노래입니다.
이분이 쓴 가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너무나도 공감되는 가사의 노래거든요.
이 노래의 이 가사가 정말 공감도 되고 위로도 되어서 자주 머릿속에 맴돕니다.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오늘 해석할 노래는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입니다.
아이유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 해석
이 노래는 2021년 5월에 발매했던 IU 5th Album [LILAC]의 수록곡입니다.
아이유가 2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발매한 정규앨범이자 <라일락>과 <Coin>이 타이틀곡인 앨범이었죠.
벌써 2년이 넘었네요.. 이 앨범 나왔을 때 진짜 전곡을 수없이 들었었는데..
이 앨범에는 좋은 가사의 노래들이 많아서 자주 등장할 예정입니다.
특이한 점이, 원래 아이유님은 작사, 작곡 모두 하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이 앨범은 전곡 작사에 참여했지만 작곡은 전부 다른 작곡가분들이 했더라구요.
그중에 이 노래는 <밤편지>의 작곡가인 제휘 작곡가님과 김희원 작곡가님이 작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유의 정규 앨범에는 항상 수많은 세션과 함께하는 풍부한 연주의 발라드 곡이 하나씩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비밀>과 <Last Fantasy>가 있죠. 이 노래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작년 9월에 했던 3년 만의 콘서트에서 라이브를 듣고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뻔했다는 그 노래.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이 노래는 자기혐오를 하던 20대가 담겨 있는 노래입니다.
자기혐오.. 저도 참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는 걱정거리 중 하나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저 자신을 깎아내려 스스로 상처받는 일이 많아서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기혐오를 했던 경험을 생각하며 가사 해석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기억의 동물이라 했습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도 있는 법이죠.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일로도 벅찬데 나까지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 힘든 나날입니다.
그걸 '맘이 가난한 밤'이라고 표현했네요.
항상 아이유 작사가의 가사는 라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맘'이 가난한 '밤'처럼요.
이 노래에는 매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아이유 본인도 어느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인데요.
노래가 '그러나'로 시작합니다.
'그러나'는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상반될 때 쓰는 접속 부사로 보통 앞의 내용에 반대되는, 부정적인 표현입니다.
화자의 현재 상태를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죠.
이 '그러나'를 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전 가사에서 화자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거울 속에 마주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고 맘에 들지 않아 보기 싫었나 봅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눈을 감고 지나가는 걸 보면 말이죠.
아이유의 노래에는 밤이라는 소재가 참 많이 나오는데요.
밤, 특히 잠에 들기 전에는 수많은 생각을 할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유 님이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했구요.
화자는 밤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혐오도 하게 되었을 겁니다.
저도 가끔 밤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기혐오도 하게 되고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말이죠.
화자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으면 매일 다른 꿈을 꾸었을까요..
그런데 마지막 줄은 생각이 많다는 표현일 수도 있지만 자기혐오를 하지 않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게 많이 없는 어렸을 때는 자기혐오도 덜할뿐더러 소원도, 꿈도 많았을 테니까요.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가사가 있는 부분이네요.
이 곡에서 가장 주제에 가까운 가사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대부분의 일은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를 깎아내리기도 하고 매 순간 걱정, 고민이 끊이지 않고 그 순간이 영원할 것 같다가도,
지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적이 참 많습니다.
나는 왜 겨우 지금의 내가 되려고 그렇게 아파했던 걸까.. 다시 봐도 정말 좋은 표현이네요.
자기혐오를 하면 할수록 하루하루가 쌓여 나와 나 자신의 사이가 멀어지는, 더 나아지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화자는 자기혐오로 인해 자신과 매우 멀어져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2절의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화자는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는 각자 해석이 다르겠지만 전 가사에서 나왔던 소원, 꿈일 수도 있고 혹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다에 비유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다음 가사를 보면,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흔적만이 남아 희미해졌다고 했으니까요.
화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메말라 끝없는 자기혐오에 빠졌다는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소소한 라임을 찾아볼 수가 있는데요.
맨 처음 가사 두 번째 줄에서 '아물지'와 이 부분에서의 '가물지'는 라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라임을 찾으면 뭔가 재밌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화자는 어릴 때 자신의 마음에 있던 그 바다를 다시 떠올립니다.
'설렘, 숨소리', '선선히, 바람', '파도, 달려' 등의 가사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와 비슷한 느낌의 단어네요.
자기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사랑해 주는 것.
참 어려운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참 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두려움 아래에서 천천히 두 눈을 뜨기만' 하면 되니까요.
화자는 바다, 즉 자기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화자는 자기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뿐인데요.
모든 순간 세상은 '눈부신 선물'이 된다고 표현합니다.
저도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저 자신을 마주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정말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더라구요.
사소한 것, 나아가 평소에 싫어하거나 관심 없던 것조차도요.
전에는 몰랐지만 조금은 이해가 되는 표현입니다.
화자는 이전에 자신을 수없이 의심하고 질문했지만 스스로에게 답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대답할 수 있다고 하네요.
"대답할 수 있다 =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저는 여기서 말하는 '선'이란 어린 날 마음에 있던 바다의 지평선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바다 지평선 너머에서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던 내가 나를 부르고 있던 거죠.
화자는 자기혐오에 빠져 오랜 시간 잊고 있던 목소리가 이제야 들립니다.
자신을 마주하고 사랑할 준비가 된 후에야 말이죠.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화자는 끝없는 자기혐오의 물결을 거슬러서 자신을 사랑하던 그 시절, '내 안의 바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 험난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자유롭다고 표현합니다.
끝없는 자기혐오라는 어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이겠죠.
마지막에 '않아' 부분은 마치 그동안 쌓여 있던 걸 모두 뱉어내듯 높은 고음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화자가 그동안 쌓여 있던 자기혐오로 인한 모든 것들을 떨쳐냈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아요.
"두 번 다시
날 모른척 하지 않아 ooh, ooh"
다시는 나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겠다,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않겠다는 표현입니다.
더 이상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모른척하지 않겠다는 말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제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아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고 했는데요.
그로부터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다시 그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삶에게 지고 있는 중인데요.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 그때의 사람들, 그때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 매 순간 힘을 낼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화자도 마찬가지로 물결을 거슬러 열심히 돌아갔지만 다시 헤매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돌아오는 길을 알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첫 가사에서 '그러나'를 기억해달라고 했는데요.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에서는 '그럼에도'로 끝납니다.
두 단어는 뜻은 비슷하지만 느낌이 다릅니다.
'그러나'보다는 '그럼에도'가 좀 더 긍정적인 느낌을 주죠.
노래의 시작은 부정적인 느낌이었지만 끝은 긍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노래가 흘러가는 동안 화자의 생각이 바뀐 것을 전혀 다른 느낌의 접속 부사로 표현한 아주 훌륭한 가사입니다.
이 노래는 참 많은 의미가 있는 노래입니다.
자기혐오로 가득했던 아이유의 20대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모습의 30대를 맞이하는 의미도 있구요.
음원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노래의 길이가 5분 16초입니다.
아이유 님의 생일은 5월 16일이구요.
제목에도 두 가지의 중의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와 '나의 바다' vs '아이와 나'의 바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가 같다고 할 수도 있고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네요.
이건 듣는 사람의 해석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노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위로를 많이 받았던 노래기도 하구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뭔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듯 말듯 했었는데요.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던 차에 유튜브에서 아주 딱 맞는 영상을 찾았습니다.
그럼 그 영상 링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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