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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 해석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가사 해석

by 뭉게구름`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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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가사 해석
피터팬증후군(출처: 한강일보)

피터팬 증후군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저는 포스팅을 조금 쉬면서 추석을 즐기고 왔습니다.

이제 또 열심히 해야겠네요.


이번에 해석할 노래를 찾고 있었는데요.
멜로디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처음 들었을 때 마음에 박혀서 자꾸 떠오르는 소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취업 문제, 인생 고민 등 생각이 많은 요즘 자주 느끼는 감정인 거 같아요..
오늘 해석할 노래는 이 소절이 담겨 있는 노래, 그룹사운드 잔나비<꿈과 책과 힘과 벽>입니다.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가사 해석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출처: 잔나비 JANNABI 유튜브)

 

이 노래는 잔나비가 2019년 3월에 발매한 앨범 [전설]에 수록된 곡입니다.
제가 잔나비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이 노래와 같은 앨범에 있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입니다.
이 노래는 그 당시에 워낙 유명하여 어딜 가든 많이 들리던 노래라서 그냥 흘려 들었어요.


그러다 잔나비라는 가수를 제대로 보게 된 건 '킬링 보이스'라는 유튜브 영상이었습니다.
가수가 나와서 자신의 노래들을 짧게 불러주는 콘텐츠인데 그때 멜로디와 가사를 듣고 팬이 되었습니다.
제가 밴드를 좋아하는데 하드한 장르보다는 잔나비같이 몽환적이고 듣기 편안한 밴드를 좋아하거든요.


이후에 제대로 들어 보니 가사도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노래들이 많더라구요.
이 노래도 그때 처음 듣고 전체 곡을 찾아 들어봤던 곡입니다.


작사, 작곡은 잔나비의 멤버인 최정훈, 김도형, 유영현 3명이 했네요.
싱어송라이터들은 확실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노래로 전하는데 효과적이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끊는 부분이 조금 애매해서 제가 임의로 끊어 봤습니다.


"해가 뜨고 다시 지는 것에
연연하였던 나의 작은방
텅 빈 마음 노랠 불러봤자
누군가에겐 소음일 테니"


이 노래에는 전체적으로 위로, 공감, 어른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이 노래를 듣고 가사를 곱씹어 보면서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생각났습니다.
불행이란 불행은 다 겪은 가난한 '이지안'이라는 청년과 키다리 아저씨이자 참 어른인 '박동훈'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죠.
이 노래는 '이지안'과 비슷한 청년(이하 화자)이 말한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정말 힘들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너무 버겁다고 말하잖아요.
사소한 일에도 짜증도 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곳도 없어 자기 자신에게 상처 내면서 말이죠.
'해가 뜨고 다시 지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것에 연연한다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살아가기 힘든 상태인 것 같습니다.
'작은방'이라는 건 너무나도 큰 세상에 비해 초라한 나를 뜻할 수도 있구요.

말 그대로 너무나 작은방,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좁은 집을 의미할 수도 있겠네요.


사람이 신날 때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듯이 노래는 사람의 감정과 관계가 깊습니다.
노래 이야기가 나온 걸 보니 작사가가 가수 본인이라는 점으로 볼 때 본인의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힘든 상태에서 노래를 해 봤자 자신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소음에 불과할 것이라는 내용 같습니다.
또는 집에서 노래를 조금만 불러도 옆집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열악한 환경의 '작은방' 때문일 수도 있구요.
뭐가 됐든 화자는 내면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꼭 다문 입 그 새로 삐져나온
보잘것없는 나의 한숨에
나 들으라고 내쉰 숨이 더냐
아버지 내게 물으시고
제 발 저려 난 답할 수 없었네"


그러고 싶지 않지만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을 '꼭 다문 입 그 새로 삐져나온'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작은방', '소음', '보잘것없는' 등의 표현들이 나오는 걸로 보면 확실히 화자의 자존감은 매우 낮아보이구요.


이 노래의 설명과 잔나비 최정훈 님의 멘트를 보면 이 노래는 아버지께 바치는 노래라고 합니다.
화자의 한숨을 들으신 아버지는 청년이 집안 환경 때문에 자식이 한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져 물어보시네요.
화자는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이 잘 느껴지는 가사입니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갈 거야"


이 노래의 후렴구이자 멜로디와 가사 모두 제 마음에 박힌 부분입니다.
해석하면서 어릴 적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이 기억이 났는데요.
나이를 불문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내면에는 아직 아이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채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어른이 될 수밖에 없던 거죠.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라는 문장이 화자가 이 노래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습니다.


훌쩍 커버린 모습이지만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내면의 어린아이가 버티기에 하루하루는 참 무거운 짐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니까요.

 

 

"꿈과 책과 힘과 벽 사이를
눈치 보기에 바쁜 나날들"


처음 들었을 때 제목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가사를 읽어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도 정말 듣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제목(가사)인 것 같습니다.


'꿈'이란 이상을 뜻하겠죠. 희망, 미래, 이상향, 목표, 로망 등 각자의 꿈을요.
'책'이란 공부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는 평생 우릴 따라다니니까요.
'힘'이란 재력, 권력 등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벽'이란 흔히 말하는 현실의 벽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작은방', '한숨', '소음', '보잘것없는', '무거운 짐' 같은 표현을 보면 말이죠.


한 글자로 이루어진 평생 눈치 보면서 사는 것들을 모아 놨네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무책임한 격언 따위에
저 바다를 호령하는 거야
어처구니없던 나의 어린 꿈
가질 수 없음을 알게 되던 날
두드러기처럼 돋은 심술이
끝내 그 이름 더럽히고 말았네"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상당히 유명한 격언입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바다를 호령했던 영웅 이순신 장군님이 하신 말입니다.


어렸을 때 위인전을 참 많이 읽었는데요.
위인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부모님의 뜻이 있었겠지만 저는 위인전이나 격언 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거든요.
역사는 성공한 사람들의 기록이듯,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이 한 말과 글에 과몰입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화자도 격언 앞에 '무책임한'이란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이러한 마음을 표현한 걸 보니 노래의 화자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현실은 격언, 꿈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격언과 꿈을 더럽혔다는 내용을 가사로 표현했네요.
심술을 두드러기에 비유한 것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간대두"


후렴입니다.
1절과 비교하면 마지막 줄의 가사만 다르네요.


처음에는 '더는 못 갈 거야'라고 했고 지금은 '더는 못 간대두'라고 합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가사지만 저는 어쩌면 화자가 스스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1절에서는 '더는 못 갈 거야'고 했지만 2절에서는 누군가가 또다시 앞으로 갈 수 있게 이끌어줬기 때문에 '더는 못 간대두'라고 대답한 게 아닐까요?
가사가 '나는 나는'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는'인 걸 보면 화자가 우리는 혼자가 아니란 걸 말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멈춰 선 남겨진
날 보면
어떤 맘이 들까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
잘도 버티는 넌"


'하루하루가 너무 무거운 짐'이라 더는 가지 못하고 멈춰 서서 남겨진 자신을 누군가가 보면 어떤 맘이 들까요?
저는 이 가사가 우리들에게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답을 오랫동안 생각해 봤는데요.
다음 가사에 답이 있더라구요.


화자는 이 부분에서 하루하루를 '무거운 짐'이 아닌 '무서운 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 노래에서 화자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는 짐이 아니라 밤이었으니까요.
짐은 들고 가야 하지만 밤은 자고 나면 지나갑니다.
우리는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던 거죠.
화자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무서운 밤과 같은 인생을 잘 버티고 있다고 위로하고 있었네요.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


어쩌면 이 노래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소절을 반복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노래로 꼭 유심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정말 진심이 담겨 있는 한 소절이거든요.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무덤덤한 그 눈빛을 기억해
어릴 적 본 그들의 눈을
우린 조금씩 닮아야 할 거야"


하루하루는 무서운 밤이니까 자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억지로 어른이 되려 발버둥치지 않아도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 때 어떠한 일에도 무덤덤한 어른들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꼈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무덤덤한 게 아니라 반응을 할 에너지가 없는 거였다."


슬픈 글이기도 하지만 무덤덤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꿈과 책과 힘과 벽과 같은 것들에 일일이 신경 쓰고 살면 버틸 수가 없으니까요.


혹시 출근, 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에서 사람들의 초점 없는 눈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무덤덤한 눈빛을 조금씩 닮아가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읽으니 정말 위로의 노래라는 게 느껴지네요.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입니다.


가사가 많기도 했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가사였습니다.
역대 노래 가사 해석 중에 가장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네요.


중간중간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위로하는 노래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듣고 싶은 말일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에게 하루하루는 무거운 짐인가요 무서운 밤인가요?
저는 무서운 밤이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중이라고 해석했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