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전 야구선수 양준혁 님의 복면가왕 무대를 봤습니다.
누가 들어도 그렇게 잘하는 노래는 아니었는데,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가사가 더 잘 들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 해석할 노래는 진심이 느껴졌던 노래,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입니다.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가사 해석
이 노래는 1991년 1월에 발매된 [KIM HYUN SIK Vol.6]에 수록된 곡입니다.
김현식 님이 투병 생활 중에 틈틈이 녹음한 곡들이 실려 있는 마지막 앨범이죠.
그냥 들어도 슬픈데 배경을 알고 보니 더 감정이 이입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지 10년 정도 지났는데요.
아직도 잊지 못할 정도로 좋은 노래와 잊을 수 없는 음색이었습니다.
무슨 악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율도 너무 아름다웠구요.
JTBC 히든싱어 김현식 편을 보고 저도 김현식 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 때 들으면서 가사를 안 보고 따라 불렀는데 제가 전부 알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 곡이 진짜 '불후의 명곡'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곡 같습니다.
작사, 작곡은 이승환 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작곡하신 오태호 작곡가님께서 하셨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가사의 양이 조금 적고 후렴 반복과 간주가 많습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처음에 단순히 가사를 읽어볼 때는 떠나간 연인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 떠나간다', '욕심', '미련' 등을 보면 헤어진 연인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앨범 발매의 배경과 작사가 본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고 나서는 어쩌면 이 노래는 누군가가 가수인 김현식 님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관점으로 다가가 보겠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병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 겁니다.
가끔 드라마를 보면 시한부 인생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김현식 님도 그랬다고 합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라는 건 세상을 떠나는 날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온몸이 붓고 살이 빠져도 몰래 녹음을 했을 정도로 김현식 님의 음악 사랑은 각별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었어도 녹음하는 순간,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웃고 있었을 거 같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노래하는 순간의 그 웃음과 함께 한다는 표현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노래를 들어보면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와 '아니겠지요' 사이의 잠깐의 틈이 있어 마치 질문과 답처럼 들립니다.
주변 지인들, 수많은 팬들, 김현식 님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철이 없는 욕심과 미련 때문에 김현식 님을 편히 못 떠나게 잡아두는 게 아닌지 물어보지만 이내 '아니겠지요.' 라고 대답하죠.
그냥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 가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올 줄을 모르고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낯설고 멀기만 한지"
이 부분도 떠나간 연인과 약속을 잡았는데 그 사람이 오지 않아 쓸쓸하게 홀로 돌아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았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이 사랑하는 노래를 하러 오는 김현식 님을 그 녹음실의 작곡가(작사가) 관점에서 보면요.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왔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오지 않죠.
앞의 가사는 살아 있을 때의 상황을, 이 가사는 너무 멀리 가버려 다시는 올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날을 떠올리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지만 슬픔과 외로움은 감출 수가 없나 봅니다.
수없이 돌아온 그 길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고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이 가사를 보면 왠지 모르게 소설 '마지막 잎새'가 생각이 납니다.
실제 줄거리하고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말이죠.
어쩌면 저는 이 노래가 마지막 잎새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김현식 님이 생각날 테니까요.
소설처럼 김현식 님이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마지막 잎새를 그려 아픈 사람들에게 힘을 줬을 수도 있겠네요.
이 노래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건 후렴이지만 노래를 상징하는 가사는 위의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이 노래의 후렴이자 가장 많이 반복되는 가사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붙잡는 상황을 아름다운 우리말 가사로 표현한 거 같습니다.
이 부분도 위의 내용처럼 다르게 해석해 보자면,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떠나갔지만 그대만이 내 전부라고, 힘든 날에 안아달라고 하면서 그리워하는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세상을 떠난 김현식 님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을 담은 가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부분의 가사를 해석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요.
이 노래를 음악에 대한 김현식 님의 마음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더 과거에 김현식 님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 노래를 부를 때와 매우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투병 생활로 인해 목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것 같습니다.
가수의 입장에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는 것은 음악이 자신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수없이 들었던 노래지만 다르게 들리네요.
노래는 이렇게 전주를 되풀이하며 마무리됩니다.
솔직히 어려운 가사 해석이었습니다.
그냥 들었을 때는 단순히 사랑 노래, 이별 노래처럼 들립니다만 다시 들어보니 정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네요.
순우리말 가사라서 그럴 수도 있구요, 가수가 세상을 떠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원곡자는 전혀 이런 생각을 안 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는데 제가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화자와 청자가 누구든 간에 곡과 가사 너무 아름다운 노래고, 음원으로만 들었음에도 가수의 진심이 묻어나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보면 정말 훌륭한 가사의 노래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평생 콘텐츠 해야 되나..
끝으로 제 셀러브리티가 이 노래를 부른 무대영상을 링크하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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